본문 바로가기

문학/독후감 . 서평

가창기법

2008.05.31 23:18

R. Brunner라는 독일남자가 쓴 Gesangstechnik을 우리나라의 김효순씨가 번역한 이 책은, 성악이라는 기본바탕 안에서 노래는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처음에 어디에서 구입한 것인지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이 책은, 100여 페이지 밖에 안되고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로 가득차있긴 하지만 분명 노래를 더 잘하기 위한 지침들 또한 가득차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구성인 주제 초반부에 격언들을 제시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격언은 짧은 말속에 깊은 핵심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후두, 비강 등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단어들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이 몸의 어디에 위치해있는지 파악하느라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씩 알아갈수록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고 내 노래에 적용해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전공교습이 아닌 음악을 나누는 곳에서 호흡, 발성에 대해 내가 들을 수 있는 조언과 코칭은 정말 제한적이다. 물론 나보다 확연히 성숙하고 기초가 탄탄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현직 보컬이나 성악도가 주변에 없어서겠지만, 비교적 성가대나 찬양팀에 오래 활동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린 친구들에게 뭔가 코칭하는 모습을 보면 코칭하는 사람 자신도 단편적인 지식과 탄탄하지 못한 기초를 가진 상태에서 그저 자신의 방식을 위주로 가르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ㅅ-;
 
나 또한 제대로 성악레슨을 받은 건 대학 1학년 때 1주에 1번 3회?(2번이었나;) 정도 밖에 없었고 이 레슨은 재정적인 문제로 포기했었다. 그리고 나서는 최근에 교회찬양팀을 위한 PPP라는 보컬레슨을 3회차 정도 수강하고 있을 뿐 정식교습경험이 없다. 당시 더 노래를 잘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컸었기에 당시 짧게 배웠던 성악레슨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되뇌이고 되뇌이면서 혼자 연습한 결과 어느 정도까지는 실력이 늘긴 했다. 물론 부작용으로 그 때 미처 배우지 못했던 사항들에 관한 잘못된 습관도 같이 생겨나긴 했고.. 뒤늦게 교정하느라 고생중이다ㅠㅜ;
 
성격 상 잘못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위험을 보통 사람보다 더 경계하다보니, 나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노래를 가르쳐 줄 땐 매우 기초적인 사항과 잘못된 습관들에 대해서만 잡아줄 수 있을 뿐 세밀한 면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어버렸기에 틀린 방식을 가르치지만 않았을 뿐 코칭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가 1년쯤 전에 대충 봐도 인기없어 보이는 모양의 이 얇은 책을 입수했고 틈틈이 부분부분 읽다가.. 최근 보컬레슨을 시작한 김에 첫 페이지부터 꼼꼼히 읽어서 어제 완독을 했다. 평상시에 책을 꾸준히 읽어 온 일은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유익했다. 인간의 몸을 활용한 가창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제를 글로 표현하다보니 각각의 표현들이 실체로서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은데, 비교적 글과 친하다보니 글쓴이가 의도한 세밀한 면면들까지 이해해내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물론 말이 길어지더라도 어떻게든 정확한 이해를 주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노력에 먼저 찬사를 보낸다.
 
이 실기를 글로 설명하는 독특한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큰 쟁점인 '실력향상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느냐'라는 부분에 대해선 10점 만점에 8점을 주고 싶다. 만점에서 2점이 감점된 것은 이 책이 덜 잘 쓰여져서가 아니라.. 그 분량만큼은 글만으로 배울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책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만점이라고 생각한다.
 
PPP의 보컬코치가 특히 상상력을 강조하는데, 이는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작용들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상상력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횡경막 같은 경우 팔근육처럼 움직이고 싶은 대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다른 노래에 중요한 부위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책에 쓰여진 설명을 먼저 읽으면서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그리고나서 그 지식들이 적용되는 것을 상상해보고, 실제로 연습하면서 느껴보는 이 단계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해, 상상 그리고 연습을 거듭할수록 저자의 표현이 와닿았고 내 것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음악은 노트에 있는 것이 다가 아닌 학문이기에.. 호흡, 발성, 기술, 표현력 등 여러 부분에 있어서 꾸준하고 올바른 연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해나가야겠지만, 이 책을 통해 그 기반이 되는 '올바른 지식'이라는 토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도서관에 기증하기 전에 좀 더 오랫동안 소지하고 다니면서, 다시 읽고 다시 상상하고 다시 적용해 볼 생각이다. 문학과 친하지 않은 누군가는 어떻게 실기에 대한 것을 글만 가지고 제대로 배울 수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은 글로도 표현 가능한 것이다. 당신의 보컬코치가 당신에게 입을 꾹 다문 체로 손으로 자세만 교정해주면서 수업을 진행한다고 생각해보라. 뭔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비록 앞에 언급한 액션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분 등 일부에서만큼은 이 책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충분히 많다는 것을 느끼며 노래를 더 잘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장하는 바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성악을 기초로 설명하기는 하지만, 호흡을 비롯한 대부분의 내용이 실용음악에도 그대로 적용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바른 기초 위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묻히는 것이 개성을 더 건강하게 활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어떤 스타일을 원하든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비록 처음엔 자신의 제자들과 후학을 주로 생각하며 쓰긴 했겠지만, 지구 반대편의 나에게까지 좋은 선물을 전해준 저자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
 
 
- 이 책의 목차 -
 
호흡
성악가의 호흡
공기의 전달
버팀
자세 - 몸의 느낌 - 공명준비
긴장과 이완
후두와 성대
턱 - 잎 - 혀 - 기관
코 - 두개골 - 두음
소리의 균형 - 음의 고저
음의 세기 - 억양
성악가의 말
노력 - 인내 - 끈기 - 침착성
예술가의 인성 - 표현력 - 기술
자기신뢰 - 자기 비평
자기 훈련 - 성악가의 건강법
가창 스승
지휘자
비평가
 
:부록으로 이해하기 쉬운 도해설명과 연습곡이 있음!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