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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답하다’는 이어령, 이재철 두 어른께서 수 개월간 양화진 문화원 목요강좌에서 정기적으로 나눈 대담을 책으로 엮어 낸 ‘지성과 영성의 만남’과 비슷하게 강영안, 양희송 두 분이 함께 나눈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이번 대화는 방식이 다소 독특했는데 2박 3일간 둘이서 꼭 붙어 다니며 집중적으로 이야기했을 뿐 아니라 한 분은 주로 질문만 했고 다른 한 분은 아예 답변에만 몰두한 것입니다. 이러한 독특함이 지닌 매력도 이번 독서에 대한 저의 초심을 흔든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책모임을 위한 도서 선정 차원에서 가벼이 읽어 나갈 심산이었는데, 다 읽고 보니 저 또한 2박 3일간 꼬박 집중해서 읽었더라고요.

그렇게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두 분의 대화가 전해 주는 짙은 위로였던 것 같습니다. 첫 장 ‘죽음’에서 양 대표님이 강 교수님께 질문하면서 이야기한 한마디를 소개합니다. “죽음을 솔직하게, 치열하게 붙잡지 않는다면, 우리의 대안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일상 속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 나갑니다. 제 동료들은 나름대로 좋은 사람들이지만, 아직 우리 앞에 놓인 과제들을 솔직하게, 치열하게 붙잡지는 못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우리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대안들도 아직 피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래도 힘 닿는데까지는 치열하게 붙잡고자 애쓰는 편인데, 동료라고 언제나 이 좁은 길에 기꺼이 함께 서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솔직히, 외롭습니다. 그래서 두 분의 진솔하고 치열한 대화가, 제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지성과 이재철 목사님의 영성이 보여 준 따스한 어우러짐만큼이나, 강 교수님과 양 대표님이 자아내는 구도도 참 좋았습니다. 두 분 모두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지만, 강 교수님은 네덜란드 개혁주의 신앙에 토대를 둔 철학자시고 양 대표님은 복음주의 운동가이자 기획자입니다. 저는 엄밀히 말하면 개혁주의에 가깝습니다. 지난 수 년간 깊은 영적 굶주림에서 저를 붙잡아 준 것은 분명 개혁주의 신앙의 유산이었습니다. 흘러간 미국 역사 속 복음주의 말고, 오늘날 약동하는 복음주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요즈음 피부로 느끼기는, 개혁주의와 복음주의가 지닌 공통의 토대가 그 차이에 비해 훨씬 더 넓음입니다. 그렇지만 분명 구별되는 독특한 지점도 존재하는데, 서로의 질문과 답변에 녹아 있는 이런 양상에 주목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분과 친분을 쌓을 기회는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낯설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제가 강 교수님께 처음 주목한 것은 아마도 ‘완전한 진리Total Truth’에 덧붙여진 추천의 글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비록 짧은 글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적절한 단어 선택, 주제에 들어맞는 사례 소개에서 신선한 매력을 느꼈고 직접 쓰신 ‘강교수의 철학 이야기’도 그렇게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겨울 한국 키에르케고어 학회에서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주제로 강연하셨을 때 처음 뵙고는 참 반가웠나 봅니다. 노인의 잔잔한 목소리가 그토록 힘있게 들려오는 경우도 참 드물 것입니다.

양 대표님을 처음 접한 것은 그의 책 ‘다시, 프로테스탄트’를 통해서였습니다. 팩트에 기초한 객관적인 현실 분석과 대안 제시는 제게 매우 참신하게 느껴졌고, 대표 기획자로 계시는 청어람아카데미와 직접 기획하신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에 열린 독서출판컨퍼런스에서 짧게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아직까진 책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더 살가운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톰 라이트 팬인지는 여태 잘 모르겠지만, 셔츠 옷깃을 세우고 운동화를 신은 채로 컨퍼런스를 진행하는 그 편안함은 확실히 제 취향입니다.


한편, 두 분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동시에 저를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강 교수님이 대화 중에 원용하신 수많은 인물과 저서들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흘러간 여러 시대, 주의들을 접하면서도 거의 모두가 낯설지 않음을 깨닫고는 나이에 비해 지식만 앞서고 있는 것 아닌지 자성해 보기도 했고, 어떤 주제에 대해 말문을 여실 때면 저 또한 어떤 결론으로 이끌어 가실지 유추해 보곤 했는데 그것들이 대부분 맞는 것을 보면서 같은 개혁주의 전통에 나란히 서있음을 재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깊이에 있어서는 제가 한참 뒤에 있긴 하지만요.

그렇게 굳이 따지자면 강 교수님의 개혁주의 신앙에 좀 더 가까우면서, 삶의 영역을 큰 원으로 그렸을 때 지역교회가 담당해야 할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는 양 대표님의 견해에 보다 공감하는 제 입장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외톨이, 단독자로서 덴마크 국가 교회와 맞섰던 키에르케고어 이야기는 ‘저항’으로 요약할 수 있는 저의 20대 후반을 떠올리게 해 뭉클하기도 했고요.


이번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역시 두 분 각자 안에서 통합을 이룬 겸손과 담대함입니다. 죽음에 대해 고찰하면서 강 교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우리는 ‘빚진 자’입니다. 우리는 타자의 내어 줌과 희생 덕분에 존재합니다. 존재 자체가 곧 빚짐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우리는 가장 위대하신 채권자를 기억해야 합니다. 참 그리스도이신 그분은 오직 사랑의 빚만 남겨 두고 우리의 모든 채무를 덜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히 담대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겸손에서 담대함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겸손을 말하면서 그 뒤에 숨어버리는 이웃들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함께 있을 수 없는 자, 홀로 있을 수 없다.” 주님, 우리 모두가 성도의 교제와 더불어 당신의 몸으로 연합되는 참 기쁨, 참 회복을 누리게 해 주십시오. 각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담대히 당신을 따를 수 있도록 때에 따라 돕는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묻고 답하다

저자
강영안 지음
출판사
홍성사 | 2012-11-27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우리 시대 르네상스적 지식인이자 대표적인 기독교 철학자 강영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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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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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e of Remn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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