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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안식 자체를 위한 하루 휴가를 맞아, 이처럼 누구나 함께 배우고 익히며 공감하고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귀한 책을 나누게 되어 참 기쁩니다. 비록 두 분의 개신교인이 이따금 만나 공개 대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엮어진 책이긴 하지만, 제 소견에는 천주교 분들도, 불교 분들도 또 종교가 없는 분들도 한 번쯤 읽어 보시라고 추천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책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저도 그렇지만 이 두 분은 구도求道의 끝에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부활 생명이라는 십자가의 도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에 앞서 누구보다 치열한 구도자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두 분은 기독교 근본주의의 허와 실로부터 기독교 내부인들 중 가장 자유로운 분들이면서 동시에,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이웃 앞에 또 말씀 앞에 서려고 몸부림치며 그 은혜를 고백하는 분들이시기도 합니다.

지난 2010년 동교동에서 거주할 때, 홀로 양화진선교사묘원을 참배한 일이 있었습니다. 고은 동생이 워낙 좋게 전해 줘서 훌륭한 목사님이 한 분 계신가보다 했지, 설교자이자 기독교 저자로서도 저명한 이재철 목사님의 책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을 때였습니다(지금도 겨우 두 권 읽었을 뿐이지만;). 그때는 묘원 옆에 있는 교회의 담임 목사님이 이재철 목사님이신지도 미처 몰랐었죠. 그래서 저는 예배에서도 아니고 설교 영상에서도 아니고 이 책의 토대가 된 양화진문화원의 목요강좌 영상을 통해 이 목사님의 음성을 처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음성도 마찬가지였고요. 지금 돌아보면 제게는 꽤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믿음의 지적 체계 측면에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분을 꼽자면 그래도 로이드 존스 목사님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개인은 아니지만, 그와 거의 동등한 수준의 영향을 끼친 것이 개혁신학의 여러 선배들입니다. 오늘도 한남동에 있는 한국컴패션을 방문하기 전에, 신반포중앙교회에 들려 바빙크Herman Bavinck에 관한 논문 발표를 들으러 갈 예정이고요. 이들이 제 믿음의 깊이를 더하는 데 있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주님의 도구로서 저를 도왔다면, 두 분께서는 이러한 제 믿음이 좁고 깊게만 파여지지 않도록 그 지경을 넓혀 주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C. S. 루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말예요.

저는 두 분의 만남 속에서 참된 경청과 존중의 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참된 담론의 소박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세가 2천 년 전 우리 주님께서 몸소 보여 주신 그것과 매우 닮아있음을 깨달았을 때, 두 분의 삶을 향한 저의 존경도 또 다른 차원에서 깊어질 수 있었습니다.


삶·가족, 교육, 사회, 경제, 정치, 세계, 문화, 종교에 이르기까지. 지성과 영성은 결코 동떨어진 어떤 것이 아니며, 서로의 조화를 통해 도리어 더 깊어질 수 있음을 두 분의 대화가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기호학자시면서 문학을 하시는 분답게 언어의 힘을 잘 보여 주십니다. 밋밋하고 건조한 문장들이 우리의 편의에 따라 개념을 정의하는 데는 꽤 도움을 줄는지 모르지만 우리 삶의 깊은 면면들을 표현하는 데는 도리어 깊은 고뇌와 묵상 끝에 피어나는 시 한 자락이 더 탁월할 수 있음을 배웠고, 언어가 우리 사고에 끼치는 힘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선생님이 제시하시는 용어들을 찬찬히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될 것입니다(이 책은 여백이 꽤 넓은 편인데, 역시 직접 끼적이며 더 배우라는 의미 같아요).

더불어 이재철 목사님은 이러한 지식의 스케치에 성경으로 물감을 칠하시며 그림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와중에, 우리는 지성과 영성의 묘한 조화를 발견합니다. 바울이 “지혜 있는 자가 어디 있느냐, 선비가 어디 있느냐, 이 세대에 변론가가 어디 있느냐.”고 적은 것처럼, 우리에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지혜는 이 세상의 지혜로서는 결코 깨달을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대화의 어우러짐은 세상의 지혜와 그리스도의 지혜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바라보는 것으로 여기기보다는, 세상의 지혜 또한 진리를 향한 나름의 갈망과 통찰을 지니고 있으나―하나님을 알 만한 것이 그들 속에 보임이라. 하나님께서 이를 그들에게 보이셨느니라.― 생명으로까지 이어질 수는 없는 와중에, 오직 그리스도의 지혜를 통해서만 온전함을 이룰 수 있음을 잘 시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두 분의 시선과 삶의 자세를 진심으로 존경한다면, 세상의 지혜를 무턱대고 무시할 것이 아니고 역사의 흐름을 통해서도 자신의 영광을 계시하기를 기뻐하시는 그분의 마음을 유념하면서, 세상의 지혜를 그림자 삼아 그리스도의 지혜의 충만함을 발견하고 그럼으로써 또한 세상과 더불어 끊임없이 진솔한 대화를 이어가며 그리스도의 빛을 전할 수 있는 저희가 될 수 있기를 갈망해야 할 것입니다.


두 분의 대화는 이처럼 지적이면서 영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실천적입니다. 일상의 땀 흘림 속에서 말씀이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신앙을 개인의 구원 문제로 자꾸만 축소시키고 싶어 하는 이 세대 속에서 어떻게 이웃과 사회, 공동체를 향해 시선을 돌려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그곳에 주님의 시선이 있음을 대화 내내 주목하는 것입니다. 특히 비저너리 컴퍼니를 하나님 나라의 원리 위에 세워가고자 동료들과 함께 노력하는 요즘의 저로서는, 그리스도인 기업가 정신의 상당 부분을 두 분의 대화 속에서 깨닫거나 최소한 자극받았음이 분명합니다. 토지와 자본, 기업과 노동에 대해 이 대화가 주는 통찰을 동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야말로 큰 기쁨일 것입니다.

비록 이야기를 나눈 두 분의 책상과 의자들은 100주년기념교회와 양화진문화원의 겸허와 소탈을 닮아 무척 소박했지만, 두 분이 나눈 것은 무의미한 탁상공론이 아닌 참 담론이었습니다. 어지럽고 현란한 세상 속에서 진리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그렇게 지성과 영성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곧잘 헤매곤 하는 우리들에게 지성과 영성의 만남이 지니는 참된 아름다움을 엿보게 해 주신 두 분께. 또 두 분과 함께하시는 영광의 주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지성과 영성의 만남

저자
이어령 지음
출판사
홍성사 | 2012-06-1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지성과 영성의 조화로 삶을 공유하는 아름다운 방식!『지성과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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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e of Remn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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