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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속삭여줄게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정혜윤 (푸른숲,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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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콩닥콩닥. 그래도 남자로서 한 여자가 처음 강하게 마음을 두드릴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렇지만 그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으니. 바로 다음 주 월요일에 출발하는 런던 여행이다.

나는 총체적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이 안에는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열정이 있고, 삐뚤어지지 않는 균형이 들어 있다. 그냥 무턱대고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며칠 쏘다니다 돌아와도 나름의 즐거움은 있겠지만, 아마도 아주 조금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균형 상 상당히 삐뚤어진 눈으로 런던을 느끼고 돌아올 가능성이 충만하다. 그저 눈으로 현재 보이는 런던의 표면만을 접하고 올 테니까. 뭐 거긴 좀 멋있더라. 이 정도겠지.

그래서 나는, 지금의 런던과 거기 묻어있는 런던을 스쳐 지난 역사를 좀 더 깊이 들이마시고 싶은 마음에, 몇 주 전에 런던을 소재로 한 책을 몇 권 구입했다. 컨셉이 조금씩 다른 책을 샀는데, 짧은 여행을 보다 알차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그 곳의 정말 멋진 곳들을 찾아내서 충분히 교감하기란 참 어렵다. 나는 딱 2년 즈음 전부터 홍대입구역이 가까운 동교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데, 첫 해를 보냈을 때와 2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홍대거리에 대한 느낌이 아주 다르다. 그만큼 어떤 곳을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며, 시간을 조금 극복하려면 최소한 이야기와 친구, 하다못해 정보라도 많아야 한다.


그런데... 제목부터가 조금 위험하다. ‘[언젠가 떠날 너에게] 런던을 속삭여 줄게’ 책의 표지를 살짝 살피고, 처음 몇 쪽을 읽어나가면서, 읽는 내내 과도할 정도의 형용사적 미사여구가 쏟아지는 글을 접하게 될까봐 겁이 났다. 글쓴이는 책의 뒤표지 글 가운데 서너 문장 사이에 ‘~을지 모른다.’라는 표현을 두 번 썼고, ‘~은 아닐 것이다.’라는 표현까지 담아냈다. 이런 성향의 사람에게는 어떤 사물이나 내용이 참된지 여부보다는 서정적이며 로맨틱하고 아름다운지가 더 중요하다. 그 표현이나 양식이 실제로 무엇이든 감수성을 자극하고 멋들어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불확실성이 가득한 글을 속사포로 쏟아놓을 수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내 예상은 반 이상 맞았고 반보다 조금 덜 틀렸다. 300쪽 가량 되는 글 위주의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따금 나는 그녀의 수다에 고개를 저었다. 내 예상이 조금은 맞았던 것이다. 이런 수다쟁이 로맨티스트 몽상가 같으니.

그래도 이 책을 나름 즐겁게 읽어나가면서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글쓴이가 정말 문학을 사랑하는 여인이었고 너무나 다양한 책들을 순수한 열정으로 대해온 사람이로서 런던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정말 멋지게 선별해서 엮어서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이 여자의 세계관은 나의 반대편에 있지만, 그래서 곧잘 나로 하여금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참되지 않은 의견과 주장을 분별하는 과정을 겪게 만들었지만, 순수한 열정에서 우러나오는 호기심과 질문은 분명 건강한 것이었다. 이 여인 또한 참되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듣게 되기를. (그대는 이미 기독교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좀 더 들어야할 이야기가 많다네)


이렇게 글쓴이의 정성은 나와 런던 사이를 한결 더 친근하게 만들어줬다. 만으로 26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느낌은 막연하게 조금 있었는데 그나마도 런던과의 연계성은 적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웨스트민스터 교회를 방문하고 싶었던 나를 헷갈리게만 해서 귀찮은 존재로 여겼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대한 세밀한 이야기, 로마 가톨릭의 전부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온전함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내게 별로 호감을 주지 않는 존재 세인트 폴 대성당에 얽힌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특히 런던 대화재), 이번 여행 일정에 들어 있는 대영 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에 얽힌 글쓴이도 다 담아내지 못했고 나도 다 표현하기 어려운 과학과 예술 이야기 그리고 트라팔가 광장 등을 통해 조명해볼 수 있었던 여러 왕과 여왕, 제독, 수상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추억과 더불어는 고1 때 공부는 제쳐두고 매일처럼 컴퓨터 앞에서 즐겼던 RPG 게임 ‘창세기전’ 시리즈에 차용된 소재가 바로 에드워드 왕자 형제와 술탄 살라딘 등의 역사적 사실이었다는 점, 작년에 봤던 ‘셜록 홈즈’ 영화의 배경이 런던이었다는 것(사실 소년 시절 내 마음의 영웅은 아르센 뤼팽이었다), 꼬박꼬박 챙겨 읽었던 해리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의 도서관 장면을 촬영한 곳이 옥스퍼드 보들리안 도서관이라는 것, 절친인 사무엘이 미니홈피에 두어 컷 올린 사진 중에 하나가 코벤트 가든에서 찍은 사진이었다는 것까지. 아,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이 영국인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실 이 외에도 엄청 많은데, 그야말로 나는 이 책을 통해 머나먼 곳의 동경어린 런던의 역사와 더불어 내 삶을 스쳐왔던 순간들 속의 런던까지도 풍부하게 되새길 수 있었다.


나는 사소한 날짜와 해의 겹침에 괜스레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책의 첫판 1쇄를 펴낸 날은 2009년 9월 20일이었고 그로부터 365일 후. 2010년의 9월 20일 나는 런던행 비행기를 탄다. 나는 1984년생인데 읽은 적도 없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좋은 것처럼. 난 이런 사소한 겹침에서 친근함을 느낀다. 예전에 썼던 스카이 폰은 출고일이 내 생일과 같은 10월 29일이었고. 별 것 아닌데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이 로맨티스트는 마지막에도 낭만을 꿈꾸는데, 자신의 책이 늘 첫 책이었으면 좋겠단다.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나가는 시간 속 여행의 첫 책이 되어, 모두가 덧붙여가는 점점 두터워지는 책의 첫 책이고 싶단다. (검색해본 건 아닌데, 혹시 이 여자 소설가 아닐까? -_-)

좋다 까짓 거. 난 정혜윤 작가가 쓴 이 책의 이야기에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신 웨스트민스터 채플의 마틴 로이드 존스와 ‘나니아 연대기’말고 ‘순전한 기독교’의 C.S. 루이스, 그리고 찰스 스펄전과 함께 교회사의 이야기를 덧붙여 주겠다. 그럼, 소개는 앞으로 천천히 하기로. 일단 런던에 다녀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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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e of Remn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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